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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제주항 방파제에 앉아 바다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다.>



오후 7시에 인천항 크루저에 몸을 싣는다. 내일부터는 장마가 시작되고 나 자신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이 생긴 지금이 다시 공부를 시작할 적기라고 판단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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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제주도에서 먹은 마지막 해물뚝배기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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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바다게 대신 오징어가 들어가 있다. 그래서 국물맛이 별로였다.>


여행 시작때 부터 읽기 시작했던 체게바라 평전도 이제 몇 페이지 남지 않았다. 배 안에서 나머지 부분을 읽어야 겠다.

크루저의 3등객실은 찜질방과 비슷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. 유럽 유스호스텔의 도미토리식 객실이지만 침대는 없다. 깨끗하지 않은 담요 몇 장에 몸을 맡겨야 한다.
뭐 그래도 5만원으로 제주에서 인천까지 갈 수 있으니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만 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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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3등 객실. 이렇게 생겼다>

배 안에서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하고 수원으로 돌아가는 두 형을 만났다.
난 내 30살 오토바이 여행도 늦깍이 주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, 34살의 두 형의 자전거 여행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.
체력적으로 문제가 없으셨는지 모르겠다. -.-;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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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출발할 때는 이렇게 흐렸지만>

방 안에 마침 스님이 계셔서 여행 내내 궁금했던 절의 문양에 대해서 여쭤보았는데, 잘 모르시는 듯 하다. --;
그러면서 내 성격을 맞추어 보시겠다며 나에 대해 계속 설명하신다. 그다지 비슷하진 않았지만 내가 부정하면 말씀이 길어지실 것 같아 웃으면서 고개만 끄덕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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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도착하니 이렇게 맑다. 이 날부터 장마 시작이라니.. 기상청에 낚였다. -_->

두 형은 입담이 너무 좋으시다.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밌다. 형 한 분은 오래 전에 리터급 오토바이를 타다 큰 사고를 당해서 지금은 자전거를 타신다고 한다.
상식도 매우 풍부하셔서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. (체게바라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셨다.)

서로 사진을 찍고 연락처를 교환한 후 과천으로 돌아왔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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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형들~ 담에 꼭 다시 뵈요~ ^^>

이번 여행을 통해 내 존재의 향기를 희미하게나마 맡을 수 있었다.
또한 내가 지금까지 했던 여행은 자신을 찾는 것에 대해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도 알았다.
사실 내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각 지역의 볼거리를 감상하는 "관광"이었다.

진정한 여행은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자신을, 여행지에서 만나는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고 그들의 생각과 부딪히며 고운 보석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에 있다.
깊이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만한 상당한 철학적 지식과 확고한 신념을 이미 가지고 있었어야 한다는 말이다.

가고 싶은 곳에 대한 정보 몇 줄과 정성스레 그린 지도 위의 루트만으로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낼리 만무하다.
난 그저 떠나기만 하면 그런 것이 자연스레 내게 오리라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.

이제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 내가 느낀 내 존재의 모습을 좀 더 밖으로 내밀어야 한다.
그렇게 하기 위해서 많은 지식의 습득이 필요할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.

  

2007/06/27 15:40 2007/06/27 15:40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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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SONG 2007/06/30 13:24  댓글주소  수정/삭제  댓글쓰기

    젊어서 할 수 있는 (해야하는) 여행을 하고 돌아온 것 같구나.

    아는 만큼 보이고 경험한 만큼 기억이 되는 여행을 잘 할 듯.

    P.S. 너의 여행과 글을 사진기가 못 따라 오는 느낌이다. 사진기에 대한 투자와 사진 공부를 조금 하면 좋을 듯.^^

  2. 윌리 2007/11/01 08:07  댓글주소  수정/삭제  댓글쓰기

    마지막 말이 아주 마음와 와 닿는군요.

    "진정한 여행은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자신을, 여행지에서 만나는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고 그들의 생각과 부딪히며 고운 보석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에 있다."

    안전하게 모든 일정을 마치고 많은 경험을 하시게 된 것 축하드립니다. 저도 바이크가 취미이고 주말마다 거의 탑니다. 물론 날잡아서 장거리를 다니기도 하구요.

    여행을 통해서 이미 가장 중요한 것을 님께서는 얻으신 듯 하군요 ^_^

    • inliblue 2007/11/01 22:39  댓글주소  수정/삭제

      감사합니다. ^^
      여행은 언제나 대상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여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.

  3. 이종재 2008/09/15 15:14  댓글주소  수정/삭제  댓글쓰기

    우연히 들렀다가 잘 읽고 갑니다...
    좋은 경험되었겠네요..
    저도 올해 30대중반으로 직장생활잘하고 있고 내년에(2009년도)준비해서 바이크여행 할려고 합니다.
    제주도 일주는 3박4일로 50%는 둘러본 것 같고(다음에 다시 꼭 여유있게 도전)
    사는 곳이 경남이라 근처부터 차근차근 둘러 볼려고 합니다.

    • inliblue 2008/10/08 06:16  댓글주소  수정/삭제

      경남이시면 해안선이나 섬들을 투어해보시는 건 어떠신지요? 거제도나 통영 해안선 오토바이로 돌면 이쁠 것 같은데... ㅎㅎ
      준비잘 하셔서 안전하게 여행하세요~